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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초중고 성교육 4시간뿐…학생 성범죄 어찌 막나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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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경기북부청소년성문화센터 date20-08-07 09:27 hit69 commen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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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성교육 4시간뿐…학생 성범죄 어찌 막나요” [인터뷰]

뉴스에 등장하는 성범죄의 가해자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미성년 등을 협박해 불법 촬영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의 가해자 중 ‘태평양원정대’ 이모씨는 중학교 3학년(15)이다. 전남 영광에서 기숙사 학생들이 동급생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해 스트레스성 급성 췌장염으로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는데 가해학생들의 나이는 고작 14살이다.10대 성범죄의 무서운 확산세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경찰청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의 지난 2일 발표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10명 중 6명꼴로 10대였으며, 가해자 중 10대 비율은 73%에 달했다. 성범죄가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만큼 청소년에게 성 지식과 성적 결정권을 제공하는 학교 내 성교육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30일 국민일보와 인터뷰한 장병순 보건 교사는 “실제 성교육 시간은 초중고 합쳐도 4시간이 고작”이라고 전했다. 21년차 교사인 장씨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산지부 여성위원장으로 부산 교육청과 성교육 개선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는 “관련 지원이 부족해 교사들이 직접 스터디, 연구회를 운영하는 형편”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교사가 본 학생들의 성 인식 수준은

“학생들은 사회가 오염된 정도를 그대로 반영한다. 이미 교실에서 성적 농담이 일상화됐고 교사도 언어성폭력과 불법촬영의 피해자가 되곤 한다. 얼마 전 수업하러 들어갔는데 USB가 컴퓨터 본체에 잘 안 들어가서 ‘USB가 잘 안 끼워져요. 잠시 기다려주세요’ 하니까 5학년 남학생들이 ‘끼운대’라는 말을 반복해서 키득거렸다. 수습하는 데만 10분 넘게 걸렸다. 이렇게 음담패설이 오가면 수업은 망친 것이다.

오늘 4학년 교실에선 힘센 학생이 종이에 ‘내 팬티를 벗겨주세요’라고 적고 힘 약한 학생 등에 붙인 일이 있었다. 요즘 학생들은 치마 들추기 같은 노골적인 범죄는 저지르지 않는다. 처벌할 수 없는 중간지대에서 교묘하게 걸쳐있다. 아이들의 오염은 우리 모든 사회의 책임이라고도 본다. 학생들은 오염된 성차별 현실에 노출된 희생자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상당히 어렵다.”

-기숙사내 성폭력 사건, n번방 사건 등 10대 성범죄가 늘어가는데

“n번방 사건에 대해 말하자면 교육계도 깜짝 놀랐다. 디지털성폭력은 보건을 비롯해 어떤 교과에서도 다루지 않은 신종 범죄였다. 사건 직후인 3~4월 각 시도교육청과의 협력으로 디지털성폭력 관련 학교 원격 수업자료를 부랴부랴 제작해 올렸다. 향후 교과서를 개정할 때 디지털 성폭력 내용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교육부의 2015년 ‘성교육 표준안’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들은 매년 15시간 성교육을 받는다

“물론 성교육 계획서엔 15시간 수업 일정을 올린다. 하지만 여기서 15시간은 성교육과 엮을 수 있는 과목 단원을 끌어들인 것에 불과하다. 예컨대 초1 수업 중에 ‘학교에 가면’ 단원이 있다. 그 내용은 학교생활을 소개하는 것인데 교사가 내용을 다소 보태고 재구성해서 ‘성폭력 예방 차원에서 학교 주변 위험시설을 찾아본다’고 학습목표를 설정하면 성교육을 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수업시간 중에 초1 학생들에게 ‘여러분 학교 주변에 성범죄 위험시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하면 성교육 1시간을 한 셈이다.”

-초중고 학생들이 실제 받는 성교육 시수는

“앞서 봤듯 연간 15시간 성교육은 형식적이므로 제외한다. 그나마 전문가로 인정받는 보건교사에게 성교육 받을 기회는 초중고 통틀어 4시간이 전부다. 초등학교에선 17시간짜리 보건 수업이 5, 6학년 중 한번 시행된다. 13시간은 응급처치, 영양, 운동 등 일반 건강을 다룬다. 남은 4시간 중 2~3시간은 사춘기, 생리, 사정 등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전달한다. 성범죄, 양성평등, 언어 성폭력을 1~2시간 안에 공부할 수 있을까? 역부족이다. 중고등학교에서 보건(성교육)은 선택교과이다. 교과목 정할 때 학부모회, 교사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데 한문, 제2외국어 등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부산 지역은 채택률 10%도 안 된다. 고등학교는 입시와 취업 준비하느라 보건(성교육)을 선택할 여유가 없다.”

-보건교사 혼자 전교생 성교육을 감당할 수 있나

“수업 도중에 응급환자를 놓칠지 몰라 신경이 곤두선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마스크 확보, 교내 방역 관리를 하느라 손이 달린다. 하지만 보건교사 2명을 두려면 교육청 기준상 전교생이 1000~1200명은 넘어야 한다.”

-타 과목 교사들도 성교육에 관심이 많나

“타 교과 교사들이 수시로 물어온다. 성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생이 패드립을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이런걸 묻는다. 얼마 전 모 학교에서 받은 제보인데 남학생이 수업시간에 신체 부위를 노출하고 하루종일 수업시간 내내 주물럭거렸다. 여교사는 다른 학생들에게 보이지 않게 하려고 그 앞을 방패처럼 가려줬다고 한다. 잘못 지적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그 학생이 상처받을까 봐, 혹은 교사 본인도 성희롱 가해자가 될까봐 단지 몸으로 가려서 수습한 것이다. 이럴 경우 대처는 교사 재량에 맡겨진다.”

-현장 교사들이 참고할 성교육 매뉴얼은 없나

“교육부의 2015년 성교육 표준안, 교과서는 내용이 가부장적이고 성평등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많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준으로는 유네스코의 ‘포괄적 성교육 지침’이 있다. 학생들에게 성적인 권리를 이해하고, 보호하며, 타인을 존중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을 제공하는 내용이며 많은 교사들이 참조한다. 다만 그 안에 피임기구 실습 과정도 포함되다보니 보수단체들이 학생들의 성행위를 조장한다며 항의하는 경우가 있다. 교사 입장에서는 몸을 사리게 된다. 한계를 느끼는 교사들은 따로 연구·연수모임을 연다.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탁틴내일, 전교조 등 단체들의 연구를 참조하고, n번방 등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교사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교육청에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기도 한다.”

-교육 내용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현행 성교육의 중심은 생물학적 성교육 및 성폭력 예방 교육이다. 게다가 예방 교육도 피해자가 조심할 점을 알려주는 피해예방 중심으로, 가해예방 내용은 빠져있다. 이젠 타인의 성적권리를 침해하는 행동, 혐오 발언은 안 된다는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 그러려면 성에 대한 문화, 사회, 역사, 철학을 녹여낸 포괄적인 성교육을 해야 한다. 성적 권리는 자기 혼자 도덕적이라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 맥락 속에서 나오니까.”

-마지막으로, 교육 인프라를 보완하려면

“수업 시수도 적지만 가르칠 사람도 너무 적다. 먼저 교사들의 성인지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전국에서 일어나는 스쿨미투 고발은 교사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증거이다. 모든 과목 교사들이 관련 연수를 거쳐야 한다. 시도교육청들은 수시로 ‘교사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향상시키는 연수를 마련한다’는 계획서를 내놓는다. 하지만 특정 성범죄, 이슈 중심으로 땜질 식으로 나온다. 성폭력 사건을 공부해서 성인지감수성을 높인다? 이런 식으로 연수가 진행된다. 체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연수를 진행하는 곳은 거의 없다. 일례로 캐나다는 교사 대상으로 100시간의 성인지 연수를 한다. 성범죄 피해자 상담사에 준하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체화된 모든 것을 녹여내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게 교사의 역할인데, 이 정도의 준비는 당연하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에서 1년에 한 두번 교사 대상으로 30시간 성교육 연수를 한다. 선착순인데 모집 5분만에 마감된다. 각 시도 교육청에서 양평원 수준의 연수 기회를 수시로 제공하면 좋겠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861391&code=6117221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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